김태기 개인전

아무로무아 2

2024.10.18 - 11.02

《아무로무아2》는 지난 7월 인사동 ‘라운디드플랫’에서 진행된 《아무로무아》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그 기억을 담고 있다. 《아무로무아》는 김태기가 세 명의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한 프로젝트로, 작가는 이들의 취향에 이입함으로써 자신을 비워내고 새로운 자아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아무나’라는 부정칭 대명사와 ‘무아(無我)’라는 철학적 개념을 결합하여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지우고 또 다른 자아를 찾으려는 실험을 진행한 것인데, 타인에 대한 호기심, 공감대 등을 통해 평소에 드러나지 않았던 다른 모습, 취향 등에 접근할 수 있었다. 

 

《아무로무아》는 3주에 걸쳐 진행된 전시 프로젝트로, 작가는 매주 다른 아티스트를 주제로 ‘아무로무아’를 풀어냈다. 첫 번째 아티스트, 아케미는 김태기와 같이 서브컬처에 깊은 관심을 가진 작가로, 인터넷에 축적된 낙서, 잉여 창작물, 댓글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도식화하는 작업을 한다. 두 번째 아티스트 재즈 뮤지션 최민석은 클래식 베이스의 재즈 뮤지션으로, 그의 과감하고 직설적인 연주 스타일과 도발적인 태도는 김태기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세 번째 아티스트는 DJ 겸 프로듀서 종호이다. 종호는 사운드와 이미지를 믹싱하여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전방위 아티스트로, 그의 자유롭고 열린 태도는 김태기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이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김태기는 어렴풋하던 타인에 대해 알아가고 그들의 취향에 몰입하는 경험을 했다. 이는 그들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고, 나아가 스스로의 다른 자아를 발견해나가는 경험이었다. 

 

프로젝트의 발자취를 담아낸 <loaded>에서 우리는 그가 열망했던 뮤지션의 모습과 프로젝트가 진행된 과정을 맛볼 수 있다. 《아무로무아》가 뮤지션에 몰입하는 방법과 그 과정을 드러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자신을 비워낸 후 변화한 김태기의 시선을 추가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마젠타 색감의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는데, 그의 시선이 맞닿은 순간과 주목하는 대상을 기존 작업과 대조해 보면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세 달의 시간 동안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든 이 프로젝트의 잔여가 묻어났음이 화면을 통해 보이는 것이다. 전시장 중앙에는 <packing(정성을 다한 포장)>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정성을 다한 포장’이라는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프로젝트 이후 작가 자신도 아직 펼쳐보지 못한 변화된 내면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 아닐까. 

 

《아무로무아2》는 그의 시도에 대해 나누어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각각의 다른 시간대에 담아냈던 이야기를 한데 모아놓음으로써 자신과 타인의 거리감, 몰입과 분리의 과정을 담담히 풀어내고자 했다. 창작의 결과물이 아닌 작가라는 존재 자체를 들여다보고, 취향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채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오가며 잠재적 가능성을 찾아보았다. 김태기의 작업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창조적 에너지가 어떻게 자기 이해와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이는 관객들에게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이현희(기획)

Exhibition View

Selected works

<빨간점 사이에 금색점> 종이에 에나멜 페인트, 42×29.7cm, 2024

<@bunnyha.b> 종이에 에나멜 페인트, 42×29.7cm, 2024 

<companion>digital print on paper(ed. 1/5), 29.7x42cm, 2024

<band> digital print on paper(ed. 1/5), 29.7x42cm, 2024

<loaded> display, wooden pallet, 95x65x12.6cm, 2024

<종호> 캔버스에 자동차 도료, 아크릴, 130.3x97cm, 2024 (좌)

<최민석> 캔버스에 자동차 도료, 아크릴, 130.3x97cm, 2024 (중)

<아케미> 캔버스에 자동차 도료, 아크릴, 130.3x97cm, 2024 (우)

전시기간 | 2024.10.18.(금) – 11.02.(토)

운영시간 | 11:00 – 18:00, 월, 화요일 휴관

 

 

기획ㅣ이현희 

큐레이터ㅣ성왕현, 반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