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실네트워크의 기억 놀이=터
2022.11.15 - 12.06
About
마감뉴스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는 예술가 그룹이다. 1992년부터 지난 30년간 무의도, 설악, 영도, 정선 등의 장소를 누비며 스스로에 대한 집중과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작업해왔다. 2박 3일간의 작업 기간 동안 특정 장소에 스며들어 서로의 감각과 에너지를 나눈 후 내년을 기약하는 형식이다. 주로 야외 공간에서 생태학적 특성을 활용한 작업을 많이 했기에 자연미술, 생태미술로도 읽힌다. 자연을 활용하는 작가집단을 보면 보다 엄격하게 재료나 공간에 한계를 두기도 하지만 이들은 매체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함께하는 몰입의 시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느슨하기도 하지만 쌓아올린 시간만큼 견고한 조직체계를 보인다. 대학생들로 출발했던 작가들은 커뮤니티 시스템 안에서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받아왔다. 인상적인 것이 육아휴직 제도, 회비대출제, 자발적 은퇴인데 작가 그룹만의 배려와 고민이 엿보인다. 창작의 구조와 작가의 생활(생계)의 사이에서 서로의 작업을 독려하기 위한 시스템과 창작자로서의 말랑말랑한 사고를 유지해야한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합숙하며 작업을 하지만 또 서로의 경계를 쉽게 넘지는 않는다. 창작자 특유의 어떤 마지노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27년의 행보를 약간 뒤튼 작업이 <2020 불확실한 확실한 네트워크(실실네트워크)>다.
2019년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유례없는 팬데믹 사태는 서로간의 접촉을 규제했고, 온라인 공간은 만남을 위한 대체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서로간의 일시적이고 밀접한 접촉을 수반했던 마감뉴스는 팬데믹 시기에도 작업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으로 ‘비대면 릴레이 작업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불확실하면서도 확실하다는 타이틀은 이들 연대의 특징을 잘 보여주면서도 어떤 식으로 작업이 흘러갈지 모르는 미지를 향한 작업의 특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전통적으로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감각과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다. 릴레이 프로젝트에서는 앞사람에 의해 선택되고 덧붙여진 작품을 자신이 덧붙이거나 해체하며 새롭게 해석하고, 또 다음 작가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업에 변형을 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들은 앞–뒷사람과는 대면을 통해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의 작업을 이어나갔다. 사실 작가가 시작과 끝을 열어두고 작품을 하기까지는 앞–뒷 사람에 대한 충분한 신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작가로서의 독립성이나 오브제의 고유함은 희미해지고 이들의 네트워크, 생각을 풀어나가는 실마리와 같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드러나게 되었다.
아트스페이스 라프에서 열리는 마감뉴스의 30주년 프로젝트에서는 30년 간 이어온 설치미술팀의 기억과 역사가 소환되고 재구성되며 새로운 의미로 재현된다. <실실네트워크>라는 프로젝트의 방대한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작업들을 작가의 언어로 소환했고, 더불어 30년의 발자취도 되돌아본다. 한 장소에서 함께 자연을 수집하고 아티스트의 해석 및 구성을 통해 다른 물질 혹은 비물질로 변환하는 과정과 결과를 공유해온 이들의 작업은 참조된 자료의 재맥락화 라는 측면에서 ‘아카이브 아트’라고도 읽을 수 있겠다. <놀이=터 : 실실네크워크에 대한 기억>은 마감뉴스 팀의 최초의 아카이빙 전시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아티스트 그룹이 구현해온 각각의 서사들이 집합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구현하는 작업방식, 연대, 작가정신들은 그야말로 불확실하면서도 확실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가의 시선과 감각으로 이루어진 아카이빙은 일반적 아카이빙의 맥락과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래서 보다 실재를 발견하기 용이해 보인다.
이현희(라프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