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 유토피아를 향하여
2023.11.22 - 12.06
About
“어릴 적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들을 사랑스러운 동물들을 통해 풀어내던 어린 소녀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10살 첫 개인전을 통해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6회의 개인전, 1회의 3인전 등의 작품 전시를 하는 동안 여전히 동물들은 제 작품의 주요한 소재이며 이들을 통해 저의 마음을 표현하고 위로를 받아왔던 것처럼 제 그림을 보아주시는 모든 분들 또한 잊고 지내던 동심(童心)을 찾고 저와 같은 행복감을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윤상은
에버랜드의 새끼 자이언트판다 푸바오의 영상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판다 특유의 귀여운 외모부터 시작해 사육사와의 교감 인기를 끌면서 담당 사육사인 강철원 씨는 ‘강바오’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이 영상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어 성체가 된 판다가 중국으로 반환되어야 하는 상황에 아쉬워하며 푸바오-강바오와의 끈끈한 관계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수의 동물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예쁘고 귀여운 것을 찾는 심리부터 어딘가에 존재하는 신기한 생물을 바라보는 호기심, 그리고 그들의 인간적 면모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사육이나 애완의 대상에서 반려(伴侶)의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하며, 우리는 동물과의 교감이나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존중하고 있다.
윤상은 작가가 바라보는 유토피아는 이렇게 말로 전하지 않아도 서로 감성을 나누고 어울려 살아가는 삶을 말하고 있다. 마치 불새가 된 듯 날아오르는 닭이나, 도시를 걸어 다니는 골칫덩이가 아닌 정열적인 춤을 추고 있는 비둘기 등 다양한 동물들은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 끝에서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이들이 자신의 “페르소나”라고 말한다. 페르소나는 연극에 쓰이던 가면을 뜻하는데, 보통 등장인물이나 분신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심리학적으로는 사회적으로 부여되는 가면을 뜻한다. 배우가 역할에 몰입하며 배역이라는 가면을 쓴 채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며 연기하듯,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부여받은 가면 뒤에 숨기도, 자신만의 이상적 존재에 몰입해 자신의 페르소나를 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가짜의 의미가 아닌 주체가 동일시하는 대상, 혹은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는 푸바오가 되어 귀여움을 뽐내 보기도, 때로는 초원의 지배자 카피바라가 되어 카리스마를 발산하기도 하며 새로운 존재에 몰입해 본다.
윤상은 작가는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작가다. 사회적 원칙이나 부조리에서 벗어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모두를 바라보고 서로의 기쁨과 꿈에 대해 귀 기울이는 그림을 그린다. 이들은 작가가 사랑하는 존재이면서 함께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타인과 함께 나누었을 수많은 대화 속에서 작가의 페르소나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각각의 그림 속 작가의 페르소나가 춤을 추며 자신의 존재를 뽐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의 대화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현희(라프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