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세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문화적 특수성을 구분 지을 때, 새로운 세대를 이렇게 부르곤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른바 MZ(Millennial Generation) 세대, 소셜미디어를 즐기고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세대다. 누군가는 이들의 자기중심적 세태를 꼬집기도 하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이들의 성향은 예술가와 매우 닮아있다. 본인의 감각에 집중해 사고하며, 기존의 규칙과 관행에도 과감하게 도전한다. 또한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새로운 기술적 수용에도 적극적이다. MZ세대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세대다. 본 전시는 ‘2023 울산대학교 예비예술인 현장연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MZ세대 예비 작가들의 문화적 트렌드와 고민을 담고 있다.
곽수아는 철학 책을 읽는 것을 취미로 하는데, 학문적으로 몰입하기보다는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야기를 발전시킨다. 기존의 질서를 따라가기보다는 영감을 주는 소재로서 철학 책의 단어나 이야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화면 안에 새로운 질서를 구성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그 자신의 철학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김명빈은 일상을 포착한다. 특유의 화사한 색감과 귀여운 드로잉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어딘가 권태롭고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바라본 햄버거 먹는 사람들, 팝콘 먹는 까마귀, 바닷가에 살면서 목격한 피서객, 장애물을 넘는 강아지는 우리 일상과 생활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김보영은 ‘현실과 동떨어진’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다. 일상적 소재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그것이 어떠한 내용을 기록하기보다는 감각의 지점에서 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브제는 터치의 수단이 되고, 과감한 터치는 작가의 무의식의 영역을 열어준다.
공기 중을 나르는 꽃잎 같기도 하고, 미생물의 움직임 같기도 하다. 박나윤은 어렸을 때 비문증(飛蚊症)을 앓았던 경험에 착안해 부유하는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 눈앞을 떠다니는 정체불명의 형태는 가까이 있지만 알 수 없는 대상이며, 불편하지만 궁금한 존재이다. 예술 역시 이러한 존재가 아닐까 질문을 던져본다.
MZ세대는 소셜미디어에서 공통의 콘텐츠를 수행하는 일명 ‘챌린지’를 즐긴다. 이는 트렌드를 서로 공유하고 있음을 알리는 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 손선민은 음악을 듣고 드로잉을 통해 자신만의 챌린지를 수행한다. 그의 드로잉은 공감과 공유라는 새로운 세대의 주요한 감각의 지점을 보여준다.
정다원은 드로잉을 통해 일상을 기록하고, 주변을 관찰한다. 마치 일기쓰기와 닮아있는 이 과정을 통해 과거를 마주하고, 주변을 돌아본다. 그의 작업은 수많은 사념과 질문을 담고 있는데, 펜선의 유려한 흐름과 미세한 떨림 안에 고민의 흔적을 담고 있다.
미술대학 학생들에게 졸업 작품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대학생활의 마무리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으로 자신의 예술성과 감각을 증명해야한다는 압박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때만큼 스스로에 대해 깊이 있게 돌아보고 고민하는 시기가 없다. 그동안 무수히 했을 질문과 고민이 초석이 되어 이들 작가들의 첫걸음에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여섯 명의 작가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이현희(라프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