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연대기 중 인류에 의해 가장 빠른 환경적 변화를 겪고 있다는 지금. 김민지는 SF 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류세라 불리는 이 시대를 바라보았다. 『우연적인 환상』은 작가가 2022년 개인전에 맞춰 발행한 앤솔로지 시집으로 여덟 명의 시인의 언어와 사운드아트 작품(QR코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을 통해 복합적 경험을 선사한다. 시어 속에 자리한 징후와 은유적 장치들은 현재의 우리와 도래할 미래에 대한 상상의 틈을 열어준다.
전시장 한편에서 싱잉볼(Singing bowl)을 울리면 바다가 나타난다. 싱잉볼의 울림과 잔잔한 파도소리가 교차하는 가운데 드러난 바다는 다양한 쓰레기로 덮여있다. 태평양에 존재한다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나 바다생물을 위협하는 쓰레기문제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외면하고만 싶은 현실이다. 설호종은 명상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싱잉볼을 통해 작은 손짓으로 시작되는 소생과 정화의 시간을 보여준다.
이제 바닷가에서 온전한 바다 풍경을 보기는 쉽지 않다. 즐비해있는 건물들과 개발의 흔적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개발이 이익으로 직결되는 사회에서 대규모 개발은 그야말로 호재이기 때문이다. 박용화는 2022년 여름 당진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옛 포구의 흔적을 찾았는데, 이미 많이 변해버린 지역에서 옛 흔적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작가는 이 고독한 시간 속에서 자신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감응을 담담히 캔버스에 기록했다. 바다 위에 외로이 떠있는 배와 백사장의 갈매기는 바다의 마지막 파수꾼처럼 캔버스에 우두커니 자리 잡고 있다.
삽시도로 향하는 길, 오혜린과 함께 배에 머물렀던 갈매기는 바다로 향했던 기억을 소 환한다. 「a drifting plumbing」은 자연과 인공의 미묘한 경계와 위협을 가시화한다. 산호, 미역, 구름 등의 오브제는 본연의 색을 빼앗긴 채로 박제되어 있고, 파이프에만 색의 흔 적이 남아있다. 갯벌은 파이프에 갇혀있고, 깜깜한 밤 오징어를 매혹하던 등은 불꺼진 채 파이프의 일부가 되었다. 투명한 수도관을 따라 재현되는 기억의 파편은 탄소 문제, 백화현상, 수질문제 등 바다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담고 있다. 빠른 시간과 획일화된 삶의 구조 속에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때 이다.
수영장과 다르게 바다는 거칠다. 시간에 따라 수심도 바뀌고, 파도의 찰랑임도 변화무쌍 하다. 「Voyage」는 대부도 해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바다에 몸을 맡기고, 때로는 저항하고, 생채기도 얻으면서 임승균은 바다와 호흡을 나눈다. 그리고 임승균은 전시장 중앙에 해양 쓰레기와 자신이 소비한 쓰레기를 모아 인공 못과 분수를 제작했다. 「Tide Pool」은 만조 후 물이 빠지면서 바위 웅덩이에 잔류한 해수가 만든 웅덩이를 말한다. 이 작업은 소비사회가 남기고 간 웅덩이라고 할 수 있다. 관객은 오브제를 덧대어 새로운 물길을 낼 수 있는데, 이 물길을 결국 인류가 대지에 남기는 흔적이 될 것이다.